이 시대 최고 문학가 중 한 명인 톨스토이. 그의 예술관은 현대 사회에서 정의하는 아름다운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예술가들이 민중에게 자신이 체험했던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화려하고 현학적이면서 예술을 배운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은 예술이 아닌 것이다. 상류 계급층이 민중과 자신들 사이에 선을 긋기 위해 시작된 예술 운동은, 작품이 와닿지 않더라도 유명한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는 행태를 만들어 냈다. 옛날 귀족들이 즐겼다더라, 보고 눈물을 흘렸다더라 등의 말을 듣고 작품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억지로 보고 느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 작품의 정수가 느껴질 리가 없다. 톨스토이는 진실된 주제와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종교적 느낌이 강한 주제를 가지고 설계된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라 말한다. 학문적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그 작품 속 예술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궁금해졌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 중 하나인 <반지의 제왕>을 톨스토이는 어떻게 평가할까? 우선 <반지의 제왕>의 스토리는 절대 악의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물들은 여정을 떠나는 과정에서 큰 위험을 마주하기도 하고 행복과 불행, 슬픔과 기쁨, 죽음과 부활, 희생과 동료애 등의 주제를 다룬 사건들을 겪는다. 가장 고귀하고 역사가 깊은 인류의 감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인 톨킨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용서와 구원, 희생의 에피소드를 겪으며 한 층 더 성장하게 되는데 이는 관객들이 종교적 체험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지의 제왕> 속의 디테일 역시 그 인기의 비결이다. 원작자 톨킨은 작품 속 세계의 역사와 언어를 창조하였고 관객들은 실제로 있는 듯한 세계 속에서 앞서 말했던 고귀한 문학적 주제를 접하게 된다. 또한, 인물의 복장과 건물 디자인 등의 디자인적 부분 역시 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장면에 어울리는 연출로 표현되었다. 종합적으로 위의 요소들을 통해 관객들이 감동적인 문학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톨스토이의 예술관과 일맥 상통한다.
톨스토이의 기준에 부합하는 영화가 현대 사회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이미 사람들은 자극적인 내용들에 익숙해져 영화 산업 역시 이러한 관객들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또한 진실된 주제를 가진 영화들은 <반지의 제왕>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 그러한 작품이 나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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