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
프랑스의 문학가 알베르 카뮈가 남긴 말이다. 우리에겐 이방인이라는 소설로 알려진 알베르 카뮈는 10대에 1차 세계대전을, 30대엔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의 인물이다. 양차 세계전쟁을 겪은 것으로 모자라 인류 역사상 가장 악에 가까운 인물이라 불리는 히틀러의 점령기 또한 견뎌야만 했다. 생전 카뮈는 연설 중 ‘우리 세대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한다.’라고 천명하였다. 피와 총알이 난무하는 물리적 세계와 비윤리적이고 극단적인 사상이 통제하는 정신적 세계에서 자신과 세상을 지키려 했던 알베르 카뮈.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는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만큼 의미 없는 죽음은 없다.’고 말한 바가 있다. 아이러니게도 현대 최고의 문학가 중 판명이라 평가받는 그는 친구의 자동차에서 생의 마지막을 목도하였다. 전쟁으로 죽어가는 유럽과 프랑스의 정신을 부활시키는데 헌신했던 한 남자의 마지막이 자동차 사고라니. 너무나도 차가운 현실이다. 하지만 카뮈의 사상을 살펴보면 그 스스로에겐 크게 억울한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그의 사상의 핵심은 부조리한 세상이다. 카뮈가 그의 마지막 순간에 쓰러져 있던 바닥과 그의 위에 있던 하늘, 옆에 있던 나무는 그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카뮈를 포함한 모든 인간과 이해 관계가 없다. 사람이 죽고 살고, 선악의 개념이 있고 없고는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겐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이다. 즉, 그저 존재하는 세상에 인간의 윤리에 근거한 이치를 대입을 해도 아무런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윤리적 가치를 기본으로 삼고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세상은 굉장히 '부조리‘하다고 느껴진다.
모두가 따르는 선악의 개념과 법의 당위성과 같은 모든 것들이 흔들리게 되는 순간이다. 나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인가.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나. 세상의 부조리를 인지하는 순간 무한의 허무주의게 빠지게 된다. 이 때 카뮈가 제시한 부조리한 세상에서 인간이 취해야 할 자세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허무주의에서 벗어나 이전보다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흔들리는 모든 것에는 개인의 창조 정신과 개성을 위축시키는 사회적 관습도 포함된다. 부조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사회적 관습 속에서 기계화된 패턴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인간인가? 절대 아니다.
부조리의 진실을 인식하면서 자신을 겁주는 사회적 관습과 역사를 이겨내며 자기 창조를 하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참된 자세이다. 여기서 사회적 관습과 역사를 이겨내기 위해 필수적인 인간의 행위가 바로 반항이다. 그의 대표작 <반항하는 인간>이 바로 이 생각에서 나왔다. 애초에 그는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는데 자살, 반항, 희망이다. 자살은 부조리한 세상의 압박을 해결하지 못하는 개인의 결과이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부조리한 세상이 합리적 세상으로 변모한다는 있을 수 없는 허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반항을 합리적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반항인이란 무엇인가. 아니(no)라고 말하는 인간이다. 그는 세상을 거부할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반항의 첫 충동에 있어서 예(yes)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세상에 있어서 모순적인 자세를 취하며 반항하는 인간.
바위를 굴려 산 정상에 도착하면 바위가 굴러떨어져 다시 바위를 올려야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스프가 돌을 굴릴 때마다 절망하지 않고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보며 ‘다시 저 바위를 올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반항이다.
반항의 자세를 통해 나에게 씌어진 세상의 패턴과 관습의 틀을 벗고 나만의 창조적 자세로 새롭게 살아가는 것. 그 과정에는 분명 힘들고 절망스러운 순간도 있겠지만, 이런 순간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카뮈의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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