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오고 생명공학을 공부한 지 1년이 다되어간다. 지금은 2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왜 생명공학을 선택했을까. 1년 전 미국에서 얻은 정보와 나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의 적성과 성향에 대한 고려는 사실 거의 하지 않았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으니까. 지금 돌아봐도, 나의 이 결정은 탁월하지는 않을지언정 후회되는 선택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국제고등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통해 문과적 소양을 길렀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근간이 문과에서 비롯되었고 이는 여전히, 앞으로도 변함없을 사실이다. 이들은 인간사회의 하늘과 땅이자 인간 관계에서의 법칙을 수호하고 선명도를 높힌다. 또한 이들은 과거를 바라보며 현재를 다듬으며 미래를 준비한다.
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다르게 생각하였다. 나는 현재의 끝을 바라보며 미래를 현재로 다듬고 싶었다. 기존의 시스템을 끝없이 고찰하며 사고를 확장해나가는 문과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 생각하였다.
생명 공학을 공부하다보니, 이들은 미지의 영역과 매순간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느꼈다. 인지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나가며 이들은 생명체란 무엇인가라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코스믹한 느낌을 풍기는 질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 새로운 적을 이길 수 없을 때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분야에서의 지원군이다. 나노공학, 전자공학, 기계 공학, 인공지능 등의 다른 분야들과의 통섭을 통해서 생명공학 분야는 소위 혁신을 이뤄왔다. 이는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다.
이들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다듬는, 지탱해줄 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싸워나갈 것이다.